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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분류없음 2011/04/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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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udenter
유학 생활을 하다보니 월드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다. 단지 길거리 응원을 나가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기를 볼 때도 ESPN으로 보다보니 해설자의 "That's a goal." 같은 차가운 멘트에 흥이 크게 날리 없고, 또 주변 사람들과 월드컵 이야기를 많이 해보려 해도 다른 나라 애들은 한국 경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사실 오늘 이스라엘 친구가 나 너네 16강 올라간 거 알아 라고 메일을 보냈을 때 감격했다).

대신 주변 분위기에 휩쓸릴 일이 없다보니 좀더 경기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오범석 염기훈 박주영 김남일 등이 그렇게 가루가 될 때까지 까이고 있는 줄은 몰랐다. 물론 그들이 실수한 장면들이야 나도 생방송으로 봤고, 욕 좀 먹겠네 싶었지만 특히 요즘 김남일은 말 그대로 뭘 해도 까이는 지경인 것이다. 이럴 때는 침묵이 약인 것을, 와이프의 미니홈피가 몇몇 기자들을 통해 생중계 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듯하다.

하지만, 까임의 정상에 두 개의 옥좌는 없다. 뭐니뭐니해도 까임의 종착역은 허정무 감독이다. 나는 첫 원정 16강에 올라간 감독이 이렇게 가루도 남지 않을 정도로 까이고 까이고 또 까이게 될 줄은 몰랐다. 이대로라면 결승에 올라도 (별로 그럴 거 같진 않지만) 허정무가 아니라 박지성이 잘해서라고 할 기세다. 16강에서 대패해서 허정무와 축협이 정신을 차렸음 좋겠다 라는 댓글까지 봤으니, 뭐 이보다 더 심하긴 힘들 거다. 더 안타까운 점은 경기를 지켜본 나로서 어느 정도 이 사태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감독

 도대체 허정무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허정무는 대체 왜 이렇게 까이는가?  뭐 인맥 축구다 뭐다 해서 말들이 많지만, 그런 건 미국 나와 있는 나는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지켜본 경기로만 어느 정도 비판을 해야겠다. 무작정 깐다고 해서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4강 결승 가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허정무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물론 첫 화살은 수비에게로 돌려야겠다. 아, 일단 제목만으로 내가 무조건 오범석 차범근에게 쉴드 쳐주려고 비판하는 댓글은 사양이다. 그 두 선수 실수 보다가 나도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나이지리아전 첫 실점 직전

오른쪽 수비라인은 위에서부터 차두리 조용형 이영표다. 이정수는 어디 있냐고? 그림의 정가운데에서 아래에 미친듯이 돌진하는 나이지리아 윙백을 지켜보고 있다. 결국 조용형도 이정수도 크로스를 끊지 못했고, 차두리의 방심이 겹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바로 이거다. 수비들의 잘못된 위치. 다른 장면을 보자.


 왼쪽 수비라인은 위에서부터 이정수 조용형 차두리다. 이정수의 위치가 참으로 애매하다. 앞의 나이지리아 선수를 바라보고 있지만, 실제로 이정수가 있는 쪽에는 아무도 없고, 가운데를 커버하기 위해 차두리가 중앙으로 올라와야 했다. 물론 그 아래에는 미친 듯이 빈 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지리아 선수가 보인다.

 각각의 장면 말고, 좀더 큰 그림에서 이 문제를 지켜보자. 나는 조용형 선수의 시야가 매우 마음에 든다. 넓은 시야와 그로 인해 이어지는 롱 패스를 지켜볼 때면 홍명보를 연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의 단점은 넓은 시야와 활발한 활동력에 미치지 못하는 볼 처리 능력이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헤딩 능력이 그에 비해 떨어진다고 본다.

아래 그림은 조용형의 heat map이다.

 미들 쪽으로 치우친 활동 반경이 보이는가? 실제로 그는 많은 경우 롱 볼이 넘어올 때 미들에서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의 그의 문제점은 1) 헤딩 능력이 떨어져 헤딩 후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에 상대방의 공격이 들어온다. 2) 1)의 장면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의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조용형이 비디치의 헤딩 능력을 지녔다면야 중앙선까지 올라와 헤딩을 해도 뭐라고 할 사람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비디치가 아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아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것은 이정수의 heat map이다. 조용형과 매우 비슷하다. 그 말인즉슨, 한 명이 미들로 나가면 한 명이 뒤를 받쳐야 하는데 두 명이 모두 자주 전진하는 통에 중앙이 가끔 빈다는 말이다. 이를 메꾸기 위해 지금도 월급 8만원짜리 선수 김정우는 뼈만 남을 때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개인적으로 허정무의 김남일 교체 역시 이러한 불안정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지는데, 기성용이 센터백 자리까지 내려와 수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수비수들이 저 정도는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16강 상대인 우루과이의 출중한 센터백 루가노의 heat map을 공개하겠다.

 위 두 그림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골대 앞 쪽에 머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이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선수가 자주 전진한다면, 한 선수는 뒤에서 머무르면서 수비 라인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앙 수비가 자주 전진하기 때문에 우리의 측면 수비가 중앙을 같이 커버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저 위의 차두리처럼 측면이 텅 비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영표 형은 공격 나가랴 상대 윙 막으랴 중앙 비면 중앙 커버하랴 30대 중반의 나이에 혹시 우리나라가 4강이라도 간다면 을용이 형이 될 기세다.

내가 어디까지 막아야 돼 이것들아!
 두 명의 센터백이 그렇다고 대인 수비에 있어 철저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이 아래 그림을 보자. 텅빈 골대에서 나이지리아 선수가 할머니도 골을 넣을 만한 그 찬스를 맞기 직전이다.
 
중앙에 홀로 자리잡은 나이지리아 선수
 중앙의 수비 둘이 조용형-이정수다.
 
 나는 이 비판을 허정무에게 돌릴 생각이다. 이거는 아무리 봐도 수비들의 역할 분담 미스인 것이다. 조용형이 확실하게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할 거라면 좀더 안정적으로 수비를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조용형 이정수 중 최소한 한 쪽은 후방에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그렇다고 오프사이드 전략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허정무가 조용형을 일찌감치 발탁한 것이 수비 라인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수비 전술의 훈련은 진작부터 이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정수 역시 골 퍼레이드는 훌륭하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 혹여나 곽태휘의 구멍이라고 우기지는 말자. 우리는 평가전에서부터 이런 장면들을 많이 봐왔으니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이러한 수비 불안 때문에 사실 더블 보란치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필수다(수비 불안을 전제로 한 다음에). 그런 의미에서 허정무는 끊임없이 후반에 김남일 교체 카드를 내밀지만, 이번 백태클로 네티즌의 십자포화를 맞아버렸다. 그렇다고 수비형 미들에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남일 선수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번 16강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마 수비라인을 지금 그대로 방치해두면 포를란 형님이 와서 우리나라 골대를 찢어발길 거다.
포를란의 꿀복근

 지금으로서 현실적인 대안은, 수비 훈련을 통째로 다시할 순 없으니까   이영표-김동진 라인이라고 본다. 물론 김동진의 컨디션이 괜찮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영표는 노련함으로 우리나라 왼쪽 측면을 꽁꽁 틀어막았고, 허정무 감독은 이영표가 오른쪽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오른쪽에서 이영표가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해준다면, 오른쪽 측면의 문제점은 완전히 해결된다. 왼쪽 역시, 이정수가 자주 전진하게 된다면 중앙 수비까지 볼 수 있고 공격력도 출중한 김동진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사실 4-3-3으로 놓고 윙어들이 수비에 자주 가담해서 4-5-1과 같은 플레이를 하는 수밖에는 없다. 김남일의 컨디션이 나쁜 게 아닌 단지 가벼운 실수라면, 최소한 전후반 중 한 쪽은 김남일-김정우 더블 보란치로 가는 옵션을 포기하기 힘들다(저도 김남일 선수 태클 보면서 하도 소리를 질러 머리가 아픕니다. 하지만 기성용이 센터백까지 내려와 수비를 돕는 건 그다지 효율적인 것 같진 않군요). 문제는 김남일이 네티즌의 바람대로 출전하지 않는다고 하면 결국 수비 가담이 좋은 염기훈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염기훈은 나이지리아 전에서도 팀내 1위의 활동량을 보인 바 있다. 김정우만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둔 채 4-4-2를 쓰면, 투 톱 중 하나는 염기훈이 되어야 4-5-1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네티즌들에게 있어 어쩌면 비극적인 예측이다. 염기훈과 김남일 중 하나를 16강 전에서 꼭 보게 된다는 거다. 왠지 악플달릴 예측인 거 같다

  그 이유 역시 허정무 감독에게로 화살을 돌리자면, 도대체 써먹을 만한 후보 선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써먹지 않을 선수들이 왜 23명 명단에 들어가 있는 것인가? 그들을 넣었다면, 그들이 우리나라의 전술에 잘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마련했어야 한다고 본다. 평가전을 더 주최하든, 소속팀에서의 역할을 더 살리든 예를 들어 김재성 이승렬 같은 선수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돌아갔다면 단지 '왼발'을 쓴다는 이유로 염기훈을 쓰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벌써 우리는 16강에 와버렸고, 이들 조커를 결정적인 순간에 내기는 더욱 부담스럽다. 안정환 카드조차 한 번도 내밀지 못한 허정무다.

  마지막 부분은 다음 글 2) 히딩크의 아이들은 있어도, 허정무의 아이들은 없다! 에서, 시간이 난다면, 더 적어보겠다. 과연 시간이 날 지는 미지수지만 ㅡㅜ (얼렁 Survey paper 읽어야 하는데! ㅡㅜ)

  어쨌든 대한민국,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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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udenter

이세돌이 돌아왔다. 물론 복귀야 연초에 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복귀는 이번 BC카드배에서 창하오를 3-0 셧다운시킨 지금이 될 것이다. 복귀 후 24연승. 24연승은 평소에도 하기 힘든 기록이었음을 감안하면, 휴직 기간 동안 그의 바둑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그리고 그가 얼마나 천재적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바둑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이창호에게 우위를 보이면서 30대에 기지개를 키기 시작한 중국의 탑 3 안에 들 기사 (구리와 콩지에를 포함하면)를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데에 있다.

출처: 한국기원(아래 사진들 포함)

 3-0 승리는 첫 판에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이세돌의 바둑은 이창호의 그것과 매우 틀리다. 이창호가 어려서부터 스스로의 실수로 판을 망치는 것에 너무나 많이 괴로워했고, 이를 통해 부단한 노력으로 '범수'를 통한 승리에의 길을 찾아냈음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와 정 반대다. 유리한 바둑에서는 오히려 더욱 강수로 일관하여 상대를 좌절로 몰아가고, 불리한 바둑에서는 전성기의 조훈현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공격으로 판을 뒤흔든다.
 
 창하오는 초반 능력이 세계 최고인 기사들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유리함은 이세돌의 강력한 공격 앞에 항상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이었다. 실제 세 판의 내용을 모두 들여다보면(그리고 약간이라도 그들의 수를 이해한다면), 그들이 벌였던 엄청난 기세 싸움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판을 졌을 때, 창하오의 내상이 심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추측은 그 다음 두 판에서 사실로 드러난다. 수 하나하나에 그의 고민이 묻어났고, 정말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이번 결승을 근래 보기 힘든 명국으로 승화시켰다. 동시에, 이러한 세 판을 내리 패배한 창하오의 내상이 얼마나 쓰라릴 지 짐작된다. 어찌보면 이창호에게 패배할 때도 이 정도의 굴욕감은 느껴보지 못했으리라.


BC카드배 결승은 농심배에서의 이창호의 3연승과 더불어 한중 바둑 대결의 전환의 장이 되었다. 이창호가 농심배 국가대항전에서 류싱, 구리, 창하오를 연달아 이기고 한국에 우승컵을 가져왔을 때, 우리는 그의 건재함에 다시 놀라는 한편으로 그에게 다시 한 번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한국의 2, 3, 4장(1장인 김지석 9단은 3연승을 기록)에 대해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 이창호가 농심배 5연승의 금자탑을 이룩했을 때(이번 승리는 또 그 때보다는 상대의 레벨이 한 수 위지만) 우리는 기쁨과 함께 그에게 큰 미안함을 느껴야만 했다. 언제까지 그에게만 이런 책임감을 안길 것인가.
 
 그 미안함은 이번 농심배에까지 그대로 이어졌지만, 이세돌의 통쾌한 승리는 그런 미안함까지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춘란배에서 중국의 신동 구링이 5단이 이창호를 잡았을 때 사람들은 끝까지 매달리지 않고 흔쾌히 돌을 던진 이창호에게 의문을 느꼈지만(농심배였다면 아마 더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까), 이제 이창호도 그렇게 더욱 부담없는, 즐거운 바둑을 둘 수 있는 때가 왔다. 이세돌이 그의 책임을 나눠질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휴직으로 파문을 일으켰을 때, 공개적인 코멘트는 없었지만 이창호 9단이 이세돌의 결정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뉴스가 있었다(출처: http://www.baduk.or.kr/news/homenews_view.asp?gul_no=513560&gdiv=11) 이창호가 어렸을 때부터 '노기'로 불리며 신중한 언행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세돌은 거침없는 발언과 자신감의 표시로 '인성'을 강조하는 바둑팬들에게 백안시되는 일이 많았다(그 이후 강동윤 9단도 비슷한 비판에 시달렸다) 그가 한국 바둑계에서 '왕따' 취급을 당할 때 이창호 9단이 그를 이끌었고, 또 복귀 이후에 이세돌 9단은 항상 이창호 9단에게 '그답지 않게' 선배로서 존경하는 모습을 여러 번 드러낸 점을 볼 때, 이창호는 이세돌이 성장하여 한국 바둑의 기둥으로 여겨질 때까지 선배로서의 역할까지 충실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세돌은 훨씬 성숙했고, 이제 이창호와 함께 2010년 아시안 게임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체택된 바둑의 첫 금메달을 가져올 제일 높은 확률의 기사가 되었다.


돌아온 '이세돌'은 온화해진 모습과 더욱 강력해진 실력으로 모든 기전에 전천후 폭격을 퍼붓고 있다. 공식기전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보통 기사들이 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 위해 6개월 내지 1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비공식' 1패가 있었으니, 바로 위 사진의 이창호 Vs. 이세돌 자선대국이다. 위의 대국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세돌 역시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 이창호를 이세돌의 아래로 놓을 수는 없다. 최근 5년간 국제 대회 결승에만 10번 진출한 이창호 9단이다. 아직 완전히 성숙했다고 보기 어려운(그래서 더 무서운) 이세돌 9단의 앞에는, 아직 이창호 9단이 그의 길을 인도할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조훈현 9단이 왕좌를 내려오기 전까지 이창호 9단을 이끌었듯이 말이다.




이세돌은 세계 대회에서 구리, 콩지에를 연달아 만난다. 이 대결들은 향후 한중 대결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전성기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창하오와 달리, 구리와 콩지에는 전성기에 있는, 말 그대로 중국 최고의 기사들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그들을 모두 물리친다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농심배에서 이창호 9단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태까지 이창호-이세돌이 농심배에 같이 출전한 적은 단 한 차례 있었고, 그 때 한국의 4장이었던 이세돌 9단은 2연승으로 구리 창하오를 모두 이기고 주장인 이창호가 나오기도 전에 농심배를 매조지해 버렸다. 같은 장면이 다시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혹은 반대로, 이세돌이 주장으로 가고, 이창호가 4장으로써 그 동안의 부담을 한껏 떨치고 정말로 즐거운 그런 바둑을 두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이세돌을 응원함에 있어 약간의 껄끄러움도, 꺼림칙함도 없다. 돌아온 '성숙한' 이세돌은, 말 그대로 한국 바둑의 '공인된 미래'가 되어버렸다. 이제 지난 십수년간 이창호가 받았던 사랑을, 그리고 그가 짊어졌던 그 책임감을, 그가 이어받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또한 이창호 9단 역시, 좀더 적은 부담 속에서, 어서 결혼에 성공해서 더욱 훌륭한 성적을 내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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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udenter